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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 고레에다 히로카즈 인터뷰 [걸어도 걸어도]

editor+ 2018. 8. 26. 19:18

 

 

씨네 21 고레에다 히로카즈 인터뷰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를 구상할 당시 <걸어도 걸어도>풍의 가족극이 될 거라고 예고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과연 아버지는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인생을 사셨을까’라는 질문을 해보게 됐다. 그 생각을 이어가다가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린 시절 꿈꾸던 미래의 자신의 모습대로 어른이 되지 못했다. 그런 그들이 어른이 된 현재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주하고 있는지를 얘기해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료타는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을 뒤늦게 깨닫는다. 동시에 자신이 아버지와 했던 일들을 아들 싱고와 함께해보며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가기도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15년이 됐다. 그사이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살아 계실 땐 오히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아버지에 대해 이토록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아버지에게 많은 것들을 물려받았다. 그것들 중 어떤 부분들을 내가 나의 자식에게 물려주는 과정 중에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 인생이라는 것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뭔가를 건네주고 받는 게 아니겠는가. 성격이나 습관일 수도 있고 영화에서처럼 료타가 싱고에게 사주는 스파이크화나 료타의 아버지가 쓰던 벼루와 같은 것일 수 있다.

 

-실제로 당신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특징에는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종종 오목을 두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 생각이 나 바둑판과 바둑알을 챙겨두려고 어머니가 계신 집에 간 적이 있다.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말 같고 그저 챙겨두면 언젠가 내 아들과 함께 오목을 두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없더라. 아버지 장례식 바로 다음날,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관련된 모든 물건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버리셨다. (일동 웃음) 또 다른 기억이 하나 있다. 아버지께서 다리가 불편하셔서 (영화에서와 같은) 연립주택 단지에 사실 때 물리치료숍에 다니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느 날 그곳을 찾아가봤더니 내가 나온 신문 기사가 벽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가게 주인 말로는 아버지께서 신문을 들고와 자랑하셨다고 하더라. 살아생전에는 ‘내 영화를 봤다, 어떻다’는 말씀을 한번도 하지 않으셨던 분이다. 그제야 아버지가 기뻐하셨다는 걸 알게 됐다. 아, 체력이 좋은 것도 눈썹이 흐린 것도 다 아버지를 닮았다.

 

-눈썹은 꽤 짙어 보이는데….

=좀전에 방송 출연을 하느라 메이크업을 받아서 그렇다. (웃음) 이건 할아버지도 똑같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촬영차 가고시마를 찾았을 때다. 현지 분이 내 눈썹을 보더니 대뜸 ‘당신 고향이 가고시마 아니냐, 당신의 눈썹은 가고시마의 눈썹이다’라고 하더라. 이 일화만 봐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아버지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속 료타와 그의 어머니가 각각 아버지와 남편과 겪은 일화들이 당신의 현실과 상당히 닮았다. 자전적이라고 봐도 되나.

=이걸 자전적이라고 단언해버리면 누나가 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영화에서 누나는 료타에게 꽤 쌀쌀맞고 냉정하다.-편집자) ‘이건 픽션’이라고 계속 주장할 생각이다. (일동 웃음) 물론 내 경험이 영화 곳곳에 많이 반영됐다. 료타가 싱고와 함께 복권을 사고, 부인에게 혼이 나는 장면은 실제 아버지와 나의 일화다. 하지만 태풍이 몰아치던 날 밤 친구들과 미끄럼틀 밑에 들어가 과자를 먹으며 흥분했던 기억은 있지만 영화에서처럼 아버지와 함께 그렇게 해본 적은 없다.

 

-<걸어도 걸어도>의 료타, <고잉 마이 홈>의 료타 역을 맡았던 아베 히로시가 다시 한번 료타로 등장한다.

=료타는 내 친구의 이름이다. <걸어도 걸어도> 때 처음 그 이름을 썼다. 개인적인 감회나 생각이 짙게 묻어나는 이야기, 그걸 쏟아부은 캐릭터의 경우에 료타라는 이름을 붙여왔다. 아버지가 된 내가 자식에게 느끼는 감정이 반영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때도 료타가 나온다. 당분간은 이 이름을 쓰지 않을 생각이다. 홈드라마는 한동안 ‘봉인’하려 한다.

 

-아역배우들과의 작업을 여러 번 성공적으로 해왔다. 싱고 역으로 처음 연기를 하게 된 요시자와 다이요와는 어떠했나.

=특별한 방법이랄 건 없었다. 일단 오디션을 보면서 대화를 많이 한다. 그때 내가 ‘이 아이와 찍고 싶다’고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그런 인상을 받았다면 그 아이에게 맞춰 시나리오를 다시 써간다. ‘이렇게 찍고 싶다’는 게 명확해서 아이를 거기에 맞추기보다는 내 마음을 움직인 그 아이를 기본으로 삼아 인물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원작이 있을 경우 아이와의 작업이 더 어렵다.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의 히로세 스즈는 10대인데도 첫 만남에서 ‘스즈가 홀로 강인하게 서 있구나’라는 인상을 줬다. 반면, 요시자와 다이요는 오디션 때 목소리가 굉장히 작았고 어른들을 쿨하게 관찰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린 시절의 나와 통하는 듯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을 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사회가 떠안고 있는 미해결의 문제들, 예컨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이야기로 사회성 짙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일본 전후 역사에 대해서 다시 짚어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 감독으로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내게 큰 영향을 줬다. 어떤 형태가 됐든 내 작품에 그 사건은 반영될 것이고 작품에 변화를 이끌 수밖에 없다. 단순히 후쿠시마를 배경으로 하거나 사고를 소재로 쓴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지금의 일본은 관용을 잃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이 상황이 더 안 좋은 쪽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사회 내면의 심각한 문제다.

 

-당신의 극영화 데뷔작 <환상의 빛>(1995)이 한국에서는 올해에서야 개봉(7월 7일)했다.

=죽은 남편과 남겨진 부인에 관한 내용의 영화다. 20여년 전에 만들었는 데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는 점에서는 지금까지 내 영화에서 계속되고 있는 모티브와 이어진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 작품을 봐주시는 것 같아 더욱 감사하다. 과거의 작품을 다시 들춰보지는 않지만 만약 다시 본다면 20년 전 앨범을 펼쳐보는 느낌이겠다. ‘왜 이런 무늬의 스웨터, 어쩌자고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있지?’ 같은 질문이 들면서 부끄러워지겠지. 당시에는 할 수 있는 역량을 다 쏟아부어 만들었기에 후회는 없지만 지금 보면 쑥스럽다. 어떤 작품이든 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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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어느 가족>을 보고 문서화된 인터뷰를 찾다가 보이지 않아 이전 인터뷰를 올렸다.

<걸어도 걸어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다. 그가 만든 가족 영화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다. '가족'을 주제로 정말 많은 질문을 던진다.

 

<어느 가족>같은 경우에는 '가족을 만드는 것은 혈연인가, 시간인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였다고 했고 <걸어도 걸어도>는 위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과연 아버지는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인생을 사셨을까’ 이다. 그런 질문들에 본인의 자전적인 경험이 합해진 그의 영화들을 보노라면 따뜻함과 서늘함 그리고 감동이 느껴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특성들을 간단하게 분석해 보았다.               

 

그의 영화는 캐릭터가 좋다.

 

'고레에다 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는 같은 배우를 본인의 영화에 계속 출연시킨다.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등이 그 예이다. 주연 조연 가릴것없이 확실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생생하며 입체적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유럽 예술 영화 같은 거대하고도 지루한 주제도 아닌 누구나 속해 있고 누구에게나 친숙한 '가족'이라는 소재를 다룬다. 아침드라마 같은 막장 of 막장류도 아니며 서늘할정도로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가족이란 따뜻하고 위대한거야, 라거나 가족이 제일 소중하다. 라는 클리셰는 없다. 고레에다의 영화에 나오는 가족들은 모두 불완전하고 서로에게 불편한점 역시 가지고 있으며 언제나 해피엔딩으로만 끊나진 않는다. 결국 서로의 간격을 채우지 못하는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엄마와 아들등은 수시로 등장한다. 그것들을 억지로 포장하거나 과장하자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진실되다 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속 캐릭터들을 못나고 불안하며 서로에게 상처주는 인물들을 응원하게 된다.

실제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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