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사람들 본문
저자 김남훈씨는 초창기 ufc 해설자다. 거구의 덩치를 가진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이기도 하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했는데 지은이가 김남훈 이었다. 설마 했는데 그가 맞았다. 육체파 지식노동자라는 수식어가 설명하듯. 그의 본업은 프로레슬링 선수였으니 육체파가 확실하고 글을 지은 저자이니 지식노동자도 맞다.
연령대, 직업, 배경이 각기다른 30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인터뷰집이다. 그들이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혹은 태도등을 격투기 기술에 비유하여 첨부하였다.
책이 나온 시기는 2013년으로 지금으로부터 5년전이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은 국회의원이지만 5년전에는 프로파일러였던 표창원씨, 여전히 ufc 파이터인 정찬성씨. 5년 전에는 변호사였지만 현재는 여당 최고의원인 박주민씨등등. 다르게살거나, 비슷하거나, 여전하거나. 경우는 다르지만 이 책의 제목대로 본질적으로 그들이 싸우는 사람들인것은 변하지 않았다.
책속의 밑줄
박주민-변호사
그는 바쁘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법률사무소를 만들었고 정말로 돈이 안되는 일들만 맡아서 한다. 그는 익월 말 입금액보다 자신의 소신을 더 중요시한다. 그는 익월 말 입금액보다 자신의 소신을 더 중요시한다. 키가 2미터가 넘는 서양 레슬러들과 시합을 벌이다보면 물리적인 힘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정말 내가 못 이길 것 같아도 내가 힘이 달려도 그래도 죽을 것처럼 두렵지는 않다. 그런데 박주민 변호사처럼 내적 완결성이 잉카제국의 성곽처럼 종이 한 장 들어가지 않는 치밀함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난 무섭다. 그래서 난 그가 좋다.
pg255
김민호-프로레슬링선수
김민호는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 낙법을 한다. 낙법은 그에게 하나의 명상이다. 프로레슬러가 낙법에 실패하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매년 사람이 죽는 프로 스포츠가 바로 프로레슬링, 낙법은 레슬러에게 몸을 지키기 위한 원초적 수단이자 하나의 명상 방법이기도 하다. 그는 동네 헬스클럽 매트 위에서 낙법을 하면서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다.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먼저 건강을 챙기기로 했다. 일단 몸에서 쓸데업는 지방과 근육까지 10킬로그램 정도 덜어내어 심장과 내장기관의 부담을 줄였다. 생계를 위해 전자제품회사 AS센터의 안전요원으로 취업했다. 내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하고 다시 프로레슬러의 길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부천의 AS센터는 맘에 안드는 일이 있더라도 진상은 적당히 부리는게 좋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20대 프로레슬러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pg121
김대환-격투기 해설자
그는 격투기 해설자라는 전문인으로서, 격투기를 사랑하는 마니아로서 각각의 입장에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로 올라가기 위해서 어떤 논리에 따라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왜 하냐구요? 좋아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좋아하기만 하면 안 되 잖아요. 돈을 벌어야 살지요. 그러니까 공부하고 노력해야지요." 이 간단한 문장에서 그가 갖고 있는 자기완결성이 느껴진다. 그는 그자체로도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청춘들에게 영양가 없이 당분만 가득한 이상한 위안을 파는 멘토라 불리는 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pg126
무인이 쓴 글은 결이 다르다. 김남훈씨도 역시 그러했다. 인터뷰중 해야하는 대화나 질문들은 피하가거나 돌려말하지 않았다. 직설적이었으며 꾸밈없었다. 시원시원했고 끝에가서는 감동적인 인터뷰도 있었다. 이 책을 다 읽으면서 역시,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싶었다.
나의 삶의 격투기 기술은 무엇일까. 생각해았다. 블로그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역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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