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분실 본문
한국에서 sf문학상이 몇개나 될까?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마저도 대다수가 재정 적자로 단기간 내에 사라지는 추세다. 기존 순문학의 공모전 금액도 차츰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sf과학 문학상의 출현이라니. 가뭄속의 단비다.
관내분실은 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고 분야는 중,단편이다. 대상,우수상,가작 순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이번 회는 우수상이 기성작가의 작품으로 밝혀져 실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과학문학상은 신인들을 위한 신인들의 발굴을 위해 존재한다.
나머지 작가는 정보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김초엽 작가는 20대 중반이고 김선호 작가는 20대 초반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한국 작가들의 글이다.
감상
총6편의 작품중에 마음에 들었던것은 3개였다.
김초엽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오정연작가의 '마지막 로그', 김선호 작가의 '라디오 장례식'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필립 k 딕 소설의 느낌이 났다. 인간의 감정이 주된 주제 였고, 단편에서 펼쳐지는 sf적 세계관이 주제에 맞게 잘 형성되어 있었다. '관내분실' 역시 훌륭했지만, 나는 이 작품이 더 좋았다. '관내분실'은 계속해서 인물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작품이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없다면'은 끝없이 흐르는 마음의 방향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취향의 이유로, 이게 더 좋았다. 섬세하고, 경이로웠다. 이게 sf다! 라는 느낌.
'마지막 로그' 같은 경우에는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 향하는 방향이, 생각보다 따뜻하고, 선명하게 그려내서 신선했다.
'라디오 장례식' 같은 경우에는 디스토피아에서 길을 걷는 상황이 '더 로드'를 떠올리게 했고 '더 로드'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미 멸망한 세계에서 장례식을, 그것도 라디오의 장례식을 치룬다는 설정이. 시적이었다.
그외에 아쉬웠던 점은. 뭔가 한국적인, 한국스러운 느낌이 들만한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과학 문학상은 현재 기준으로 3회 공모전의 접수가 끝난 상황이다. 다음 작품집도 발매가 된다면 꼭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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