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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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가워졌다. 사람들은 반팔보단 긴팔을 입기 시작했다. 에어컨 리모콘에는 먼지가 쌓이고 선풍기를 다시 창고에 넣는다.
2018년의 여름은 목포에서 보냈다. 관광이 목적은 아니었고 목포의 공무원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하숙집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그룹을 이뤄 함께 공부했다. 학원의 체력단련 시설에서 턱걸이를 매일해서 지금은 와이드그립으로 11개까지 늘었다.
고등학생 이후로 제일 열심히 공부했다. 아니,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공부했다. 땀흘리고, 또 흘렸다.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또 전진했다. 그리고 학원수업이 끝나면 학원생들과 하숙집의 정자 앞에서 맥주를 참 많이 마셨다. 옆방 친구와 캔 맥주도 많이 마셨다.
세상은 참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머리는 확실히 존재한다. 공부센스라고 표현하는게 더 정확하다. 암기를 효율적으로 더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암기가 잘 안될땐, 학원 문밖으로 나가서 머리를 식혔다. 빌어먹을 폭염이었다.
기쿠지로의 여름이라는 영화가 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기쿠지로라는 아이가, 여름 방학을 맞아 항상 편지만 보내왔던 엄마를 찾아떠난다. 근데 이게 혼자 떠나는게 아니고 이상한 아저씨와 같이 떠나게 된다.
좌충우돌 코미디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엄마는 재혼을 한 상태였다. 아저씨는 잘못찾아왔다며 아이를 달래고 다시 되돌아간다. 아저씨는 아이를 재미있게 해주기위해 돌아가는 길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아저씨의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그들 역시 아이에게 희망을 준다.
'씩씩해야 해'
'잘 가'.
극의 마지막 부분, 아이는 헤어지기전에 아저씨에게 질문한다.
'아저씨 이름이 뭐야?'
'기쿠지로다 바보녀석!'
아이에게 그 해 여름은 슬픔이었지만, 동시에 재미있는 기억이었다. 보는 내내 웃겼고, 뭉클했다. 유명한 ost summer처럼 생명력있고 씩씩했다.
나는 결국 시험에 떨어졌다. 그 생각만 하면 우울하지만. 그 시절 옆방 친구와 마셨던 맥주, 학원생들과 정자에 앉아 한잔하며 밤새도록 얘기했던 기억들은 재미있었다.
씩씩하게 살아야지.
여름을 보내면서 다시금 이 노래를 들으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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