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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2 본문

끄적끄적들/과학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2

editor+ 2019. 6. 9. 19:47

 

이정모 서울시립 관장. 과학에 대한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는 작가다. 전작인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을 재미있게 읽었다. 신작인 2편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았다. 

책 속의 밑줄

 

우리가 왜 과학을 알고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우주라든지 생명의 기원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덜 불안해하면서 조금 더 안전하게 살고 그리고 우리가 낸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죠. 

책을 가볍게 넘겨주세요. 긴장 푸시고요.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

 

PG.006

 

보스턴 폭탄 테러 사고가 난 지 11개월 후인 2014년 3월 벤쿠버의 TED강연장. MIT 미디어랩 생체공학연구소의 휴 허 교수는 '달리고 등산하고 춤추게 하는 새로운 인체 공학' 강연을 마치면서 한 쌍의 댄서를 무대에 올렸다. 그녀는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로 다리를 잃은 에이드리언 헤슬릿-데이비스였다. 그녀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남편의 결승선 통과를 기다리다가 폭탄 테러로 왼쪽 다리 무릎 아래를 잃었다. 그녀는 댄서였다.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기술이 그녀를 구원했다.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렸다. 기술이 인간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에이드리언을 소개하면서 휴 허 교수는 "우리는 결코 굴복당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다. 휴 허는 등반가였다. 열일곱 살 때 등반협회로부터 미 동부에서 가장 뛰어난 암벽등반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열 입골 살 때 빙벽 등반을 하다가 조난을 당해 양쪽 다리를 무릎 아래까지 절단해야 했다. 

 

휴 허는 다시 산을 오르고 싶었다. 그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하버드대에서 생체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MIT에서 웨어러블 로봇, 즉 착용할 수 있는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로봇을 착용하고 수천 미터의 산을 오르고 암벽 등반을 하고 있었다. 이제 장애인을 위한 인공 팔과 다리,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조종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고민하고 준비할 문제는 따로 있다. 웨어러블 로봇을 의료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문제다. 일본은 2016년에 이미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일부 로봇 슈트를 의료보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PG.026

 

과학자들은 간혹 무모한 선택을 한다. 남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다윈주의자인 그랜트 부부는 1973년 갈라파고스 제도의 작은 섬에 들어갔다. 그들의 소망은 오직 하나, 진화의 진행을 목격하는 것이다. 부부는 거기에서 44년을 보냈다. 

 

그랜트 부부가 새를 잡아서 0.1밀리미터 단위까지 측정하면서 기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리다. 부리가 생사의 갈림길을 정해주기 때문이다. 

 

1986년 중간땅핀치의 부리 폭은 평균 8.86밀리미터였다. 그런데 이 해에 비가 많이 오자 먹이가 풍부해졌다. 그랜트 부부는 중간 땅 핀치의 부리 폭이 다음 해에는 8.74밀리미터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먹이가 풍부하면 부리가 가늘고 작은 핀치들도 먹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실제로 측정해보니 중간땅핀치의 부리 폭은 평균 8.74밀리미터였다.

 

그랜트 부부는 생물학계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이론, 즉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이론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윈의 걱정과는 달리 자연선택의 작용은 드물지도 또 느리지도 않다는 것도 보여줬다.

 

PG.081

 

외골격 장치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것이다. 장애와 노화로 생긴 동작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고 여성이 진출할 수 없던 노동의 장벽을 철폐할 것이다. 실제로 BMW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상체 외골격 장치를 장착하고 일을 한다. 이들은 자신의 의도대로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이때 필요한 힘은 자신의 근육이 아니라 외골격 장치에서 온다. 노동생산성은 높아지고 산업재해의 위험은 줄어든다.

 

PG.094

 

창의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생화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개의 핵산 염기와 20가지의 아미노산, 그리고 수십개의 탄수화물 구조를 암기해야 한다. 이해할게 하나도 없다. 무조건 외워야 한다. 이걸 암기하지 못하면 생화학 공부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정확히 하자. 주입식 암기교육이 나쁜 것이지 암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해력을 측정하기 위한 문제가 좋은 문제인 것은 맞지만 단순 암기를 측정하는 문제가 나쁘거나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PG.015

느낀점

프롤로그에서 보여주듯이. 이정모 관장은 과학이 지식임과 동시에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주장한다.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다양한 과학적 지식. 그리고 그것을 실생활과 사회에 적용시켜 풀어낸 사례들. 적당한 재치까지 더 해지면서. 이 교양과학책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3편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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