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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들/도서

제5도살장

editor+ 2019. 11. 16. 14:45

 

가장 애정 하는 작품 중 하나다. 홀로코스터를 겪은 작가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장르는 SF/블랙코미디이다.

제목은 제5 도살장이지만 덧붙여진 제목으로는 '제5 도살장 혹은 소년 십자군 죽음과 억지로 춘 춤'이 있다. 아래와 같이 덧붙여진 설명도 있다.

 

'오래전 전투력을 상실한 미국 보병 정찰대원으로서, 전쟁 프로로서,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부르는 독일의 드레스덴 포격을 목격했고, 또 살아남아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것은 비행접시를 보낸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이야기들을 약간 전신 문체적이고 정신분열증적인 방식으로 다룬 소설이다. 평화를'

 

서문 부문에서 이 책을 쓰기 전까지의 과정도 나온다. 

 

책 속 내용 ↓

 

옛 전우 버나드 V.오헤어에게 전화를 하고 나서 두어 주 뒤 나는 정말로 그를 만나러 갔다. 아마 1964년 여름이었을 거다. 나는 어린 소녀 둘, 내 딸 대니와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 앨리슨 미첼을 데려갔다. 

 

나는 오헤어의 멋진 부인 메리도 만났는데, 그녀에게 이 책을 바친다. 또 드레드덴의 택시 기사 게르하르트 뮐러에게도 바친다. 메리 오헤어는 훈련받은 간호사로, 간호사란 여자로서 되어봄직한 아름다운 존재다.

 

메리는 내가 데려온  아이 둘에게 감탄하며, 그아이들을 자기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고, 게임을 하고 텔레비전을 보라며 모두 위층으로 올려보냈다. 아이들이 사라진 뒤에야 나는 메리가 나를 좋아하지 않거나 그 밤의 뭔가를 찜찜해한다고 느꼈다. 메리는 예의를 차렸지만 살쌀했다.

 

"이거,멋지고 아늑한 집이네요" 나는 그렇게 말했고, 집은 정말로 그랬다.

 

"두 분이 방해받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을 마련해두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좋죠" 나는 그렇게 대꾸하면서 널벽을 두른 방의 난롯가에 가죽 의자 두 개개 놓인 곳, 늙은 병사 둘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을 상상했다. 하지만 메리는 우리를 부엌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하얀 자기 재질 상판이 덮인 탁자에 등받이가 곧은 의자 두 개를 놓아 두었다. 탁자 상판이 머리 위의 이백 와트짜리 전구에서 나오는 빛을 반사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메리는 수술실을 준비해놓은 것이다. 그녀는 그 위에 잔을 하나만 두었다. 나를 위한 것이었다. 오헤어는 전쟁 이후로 독한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그녀가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자기가 마실 코카콜라를 준비하며서 스테인리스 싱크대에 얼음 틀을 쾅쾅 두들겨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다른 곳으로 갔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려 하지 않았다.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문을 여닫고 심지어 가구까지 옮기며 화를 풀었다.

 

그래도 우리는 메리를 무시하고 전쟁을 기억해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가져온 술을 두 잔쯤 마셨다. 우리는 마치 전쟁 이야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이따금 낄낄대고 싱글거렸지만, 둘 다 이렇다 할 만한 것은 전혀 기억할 수가 없었다. 오헤어는 드레스덴에서 폭격 전에 어떤 친구가 와인을 잔뜩 퍼마시는 바람에 외바퀴 손수레에 실어 날라야 했던 일을 기억했다. 하지만 책으로 쓸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기억해낸 건 대충 그게 다였고 메리는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나를 돌아보고, 자신이 화가 많이 났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두 사람은 그때 어린애였어여!" 그녀가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두 사람은 전쟁 때 아이에 불과했다고요. 위층에 있는 저애들처럼!"

 

나는 사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실제로 전쟁 때 어리석은 숫총각들이었으며, 유년의 맨끄트머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쓰지 않을 거죠. 그렇죠" 이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비난이었다.

 

"어. 모르겠는데요" 내가 말했다.

 

"글쎄요. 나는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틀림없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었던 척할 거예요. 영화라면 프랭크 시나트라와 존 웨인, 아니면 다른 매력적이고 전쟁을 사랑하는 추잡한 늙은 남자들이 두 사람을 연기하겠죠. 그럼 전쟁은 그냥 멋지게 보일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전쟁을 또 많이 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전쟁에 위층에 있는 애들 같은 어린아이들이 나가 싸우게 되겠죠"

 

그제야 나는 이해했다. 그녀를 그렇게 화나게 한 것은 전쟁이었다. 자기 아이나 다른 누구의 아이도 전쟁에 나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책이나 영화가 전쟁을 부추기는데 한몫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오른손을 들고 메리 앞에서 다짐했다. "메리, 나는 내가 쓰는 이 채깅 끝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안항요. 지금까지 오천페이지는 섰다가 내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이걸 다 끝낸다면, 내 명예를 걸고 말하는데, 거기에는 프랭크 시나트라나 존 웨인이 맡은 역은 없을 겁니다. 이렇게 하죠 거기에 '소년 십자군'이라는 제목을 붙이겠습니다.

그녀는 그후로 친구가 되었다.

 

PG.27~29

 

내 생각에 책의 클라이맥스는 가엾은 우리 에드거 더비의 처형이 될 것 같아. 엄청난 아이러니잖아. 도시 전체가 잿더미가 되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어. 그렇게 미국인 보병 한 명이 페허 속에서 찻주전자를 가져갔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어. 그런 뒤에 정식 재판에 회부되었다가 총살대에서 처형됐잖아.

 

여기에서 드레스덴 폭격이나 그로 인한 무고한 인명의 희생과 그 비극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일이 끝난 뒤 벌어진 에드거 더비의 죽음, 그리고 그 아이러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5 도살장은 다른 무엇보다도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무력한, 가장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었던 빌리가 결국 살아남아,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훌륭하느 가장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았던 에드거 더비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라는 부조리와 아이러니 떄문에 무너지는, 또 동시에 그 부조리를 견디고 받아들이는 트랄파마도어의 철학으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PG274~275(해설)

 

 

느낀점

 

전쟁영웅이 아닌 소년 십자군이라고 밝힌 이유에 대해, 메리와 보네거트의 대화를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전쟁을 장엄하게 표현하는 것과 아이러니하게 표현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보았다. 내가 이 책을 가장 애정 하는 이유는 '올바른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보네거트의 운문적 리듬의 글이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외계인 설정은 노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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